피해가나 했더니 기어코 찾아왔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도 다녀온 사람인데 집 안의 중년 남성을 피해가지 못 했습니다. 🤣 아버지와 한 방을 쓰는 어머니가 먼저 확진되시고, 어머니에 이어 저도 확진이 됐는데요. 동생은 완치자라 피해간 듯 합니다. 잘 버텨 온다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온 가족이 완치자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코로나인가 착각할 만한 증상을 경험하지도 않았지만 코로나는 남달랐습니다. 주변에서 '어? 코로나인가?'가 아니라 '와, 이건 코로나다' 할 만한 고통이라던데 정확한 표현이더라고요.
비강에 뭔가 차는 느낌과 시큰함, 혀뿌리에서 느껴지는 둔한 감각은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증상이었습니다. 잔감기는 꼬박 경험하는 편이면서도 이런 건 또 처음이라 집에 이미 어머니가 확진이신 상태였기에 느꼈습니다. 아, 이거 코로나구나. 곧바로 완치자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축하한다'였습니다.
다음날 일찍 병원을 가니 아니나 다를까 양성이 떴습니다. 다행히 발빠르게 대처하여 완전 초기 증상일때 확진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 엄청난 고열과 오한을 경험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일찍부터 막혀서 뿔 난 바이러스가 비강과 혀뿌리에 그대로 자리잡아 절 쥐어팼습니다.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인후통. 그게 저의 가장 큰 증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암만 일찍부터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들 힘빠짐과 무기력함은 이겨낼 수가 없더라고요. 목요일에 확진받아 주말까지 정말 무언갈 할 수 있는 기력도, 의지도 생기질 않았습니다. 말을 하질 못하니 블로그에 작성하던 코로나 일기로 겨우 하고픈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아픔은 생각보다 제 의식의 많은 부분을 잠식한다는 것입니다. 통제광이라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할 것이 분명히 있음에도 그 의지가 나질 않으니 맘대로 되는게 없어 정말 약이 다 오르더라고요. 그럼에도 언젠가는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시 앓는 과정에서도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걸리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온 마음을 다해 절대 걸리지 않으시길 응원하고, 완치자분들은 함께 열심히 건강관리 할 수 있길 응원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