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 일상레터를 시작하고 맞이하는 두 번째 연말되었습니다.
성큼 다가온 연말에 시간이 이렇게 빠른가 의문이 들만큼 아리송했지만, 어쨌든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경직되었던 몸을 한번씩은 쭈욱 펴왔던 날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왜 오지 않지, 무슨 일이 있는걸까, 스팸처리가 된건 아닐까 걱정하셨을까요?
물론 이 걱정들은 순전히 제 바람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시간 늦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8시 정각에 읽으시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연말 파워로 너그러이 봐주시먼 감사하겠습니다. 출근하시는 분들이라면 회사에서 아주 잠시간의 월급 루팡을, 집이시라면 침대 속에서 포근하게 여유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일상레터의 장점은 제 일상이 기록이 되며 공식화가 된다는 것이고,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연말의 저는 어땠는지 사진첩을 열어보는 마음으로 21년 12월의 레터를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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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저는 지난달 레터에서 신년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흘리듯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레터를 보낸 것이 무색하게 금방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역시 살던 대로 살아야지요. 결국 목표 세우기는 그만두었고, 그저 지키던 것만 잘 지켜보자는 마음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쭉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하고, 이렇게 지인들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일상을 지키는 것. 이게 제 어느 해의 목표이자, 제 모든 방식의 기조입니다.
내년에도 같은 마음으로 저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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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의 저는 지금의 저와 아주 비슷하면서도 또 조금은 다른 듯합니다. 목표세우기를 그만두었던 2021년의 현진은 2022년이 되고 기어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대부분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땐 분명 목표세우기가 재미가 없었던 것 같은데, 2022년 1월 1일이 되고서부터는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게으른 성격 나름 달래가며 구체적으로 세웠던 것 같습니다.
달라진 것 투성이임을 제 스스로 느끼면서 내가 지키고자 하는 방식은 지켰는지 되새겨봅니다. 사랑하는 것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하며, 안부가 안부로 돌아오는 일상을 구성하는 것. 저는 그렇게 올해를 살아왔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오늘은 2022년의 마지막 금요일이고 하니까 괜히 긍정적으로 결론지어보겠습니다.
친애하는 지인 분들께서도 오늘만큼은 관대하게 각자의 하루와 한 해를 정리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