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손목시계를 차고 다닙니다. 시간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션용이기도 합니다.
최근 죽은 시계들도 다시 살려보고 싶어 무작정 다이소에서 시계용 배터리를 사고 나니 도구 없이 케이스 백을 열다가 흠집이 날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아무리 저가 제품이라 하더라도 기스나는 건 속상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겁이 난 저는 시계 공구를 삽니다.
친애하는 지인들은 혹시 외장하드 사는 방법 아시나요? 이 돈으로 1테라면 돈 더 얹어서 2테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잠깐만, 3테라가 이 가격이라고? 그럼 5테라는?
네 그렇습니다. 저는 기왕이면 이것저것 들어 있는 것으로 사자 싶어 세트로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안전하게 케이스 백을 열고 배터리 교체에 성공한 시계가 3개입니다.
하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자신감이 붙은 저는 최근 시계를 매장으로 보내기까지 하여 배터리 교체했는데도 일주일 만에 죽어버린 시계를 직접 교체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여는 건 수월하게 했습니다. 도구와 경험이 생긴 인간은 두려움이 사라지니까요. 시계 배터리도 맞는 제품으로 주문하여 무사히 교체했습니다. 문제는 다시 닫기였습니다. 짧은 식견의 초보는 압력을 이용해 케이스 백을 닫는 시계도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입니다. 온갖 용을 써봤습니다. 덕분에 유튜브 피드에는 시계 뚜껑 닫는 영상이 가득해졌고 제 손바닥만 벌게졌습니다.
그리고 절실히 깨달았죠. 힘이 부족하면 통장이 고생한다고. 그렇게 시계 케이스 백을 닫는 클램프까지 사게 되었습니다. 외장하드 기준으로 친다면 저는 데이터 저장소를 사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구매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대만족입니다. 저는 이제 구매한 기계가 고장 나지 않는다면 평생 혼자 시계 배터리쯤은 거뜬하게 교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100살이 되어서도 시계쯤은 너끈히 고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새로운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